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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결혼 생활

남산의 저녁

by 로 건 2020.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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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까지 100일이 남았다.

무언가 특별하게 기념하고 싶어서, 회사에서 짬을 내어 레스토랑을 알아보고, 예약을 했다.

남산 레스토랑 '엔그릴'

남산에는 사귄 지 한 달 되었을 때, 쑥쑥 해 하며 올라본 적이 있었다. 둘 모두에게 서울은 낯선 곳이라서 남산에서 보이는 서울의 야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

'아 그 스타벅스 옆에 있는 식당이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예약을 했다.

 

막상 토요일 저녁이 되어, 남산에 도착하니 스타벅스 근처에 레스토랑이 없었다.

'엇, 설마..' 했는데, 그 레스토랑은 남산 타워 꼭대기에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우와 감동이잖아ㅠㅠ 이런 곳도 데려와 주고 ㅠㅠ"

 

나도 여기 갈 생각은 전혀 없어서, 좀 당황했지만 옅은 미소와 함께 입장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프라이빗한 좌석에 우리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저녁 디너 코스를 시켰다.

가격에 살짝 식은땀이 났지만, 오늘은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할 수 있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빙하시는 분께서, 요리를 들고 오실 때마다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감자와 치즈를 버무린 수프,, 트러플을 가미한 아이스크림,, 우리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해하며 접시를 하나씩 비웠다. 품위 있는 식사와 함께 회전 테이블을 통해 서울 아경을 동서남북으로 다 볼 수 있는 시야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정말 특별한 시간, 소중한 사람과 이 곳에 올 수 있는 존재라는 것에 감사했다.

 

사실, 고급스러운 음식은 솔직히 우리 취향은 아니었다.

왕십리 구석진 시장 골목에 있는 김치찌개 맛집에 더 열광하고, 길에서 사 먹는 치즈 핫도그에 미소를 짓는다.

우리는 우리의 색이 있는 것이다.

 

색을 벗어나, 다른 색을 입어보는 것은 분명 특별히 기억되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같은 색으로 물들어간다.

그렇게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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